프로그래머의 자부심

중학교 2학년때 처음 접했던 Apple II로 인해서 IT 키즈가 된 사람입니다.  이때부터 시작한 IT쪽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쪽의 인연은 질기고 질기게 끊어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집니다.  벌써 35년이 되어 가는군요.

그동안 밥벌이하느라 바쁘게만 살아와 30년을 넘게 이 분야에서 뭘했나 흔적조차 남기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저냥 이대로 살다가 은퇴하겠지요.

그런데 이제 은퇴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IT쪽의 인력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대체 젊고 총기 발랄한 IT키즈들은 보이질 않습니다.   모두들 사시, 행시, 공시, 의시에 달려들고 있습니다. 그나마 IT쪽에서는 게임 회사들이 블랙홀 처럼 남은 인재들을 싹 쓸어갑니다.  그러니 은퇴하고 싶어도 은퇴하질 못합니다.

저도 한동안 회사가 어려울 때 SI 프로젝트에 투입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기본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을 초급에서 중급으로 만드느라 경력을 뻥튀기 하고,  용케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의미도 모르면서 구글링을 통해 얻은 코드를 땜빵식으로 우겨 넣습니다.

어째어째해서 삐걱대며 돌아가서 검수를 통과한다 해도, 그 시스템은 유지보수를 하지 못해 몇년 뒤에 버려집니다.   어찌보면 건설 일용 노동자들의 새벽시장과 다를바 없는 이런 인력 체계는 이 업계의 공멸을 불러 올 뿐입니다.

2000년도 초반 인터넷 붐을 타고 드높았던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들의 자부심은 이제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게임업계로, 대기업의 PM으로 그리고 치킨집으로 흩어졌습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든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같은 선배들이 길을 잘못 닦아온 탓도 큽니다.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래머 혹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 및 빌딩 블럭(building block)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부정기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나름 체계를 갖추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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